감독 박건용
출연 이범수, 조안
수 많은 사람들이 금메달에 도전한다.
하지만, 동메달을 땄다고 해서 그 사람 인생까지 동메달이 되는 것은 아니야.
금메달을 땄다고 해서 그 사람 인생까지 금메달이 되는 것도 아니구.
매 순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면, 결국 그 사람 인생자체가 금메달이 되는 거야.
그 자체로 소중한 가치가 있는 거야.
영자야, 영자의 전성시대는 반드시 온다.
영자야, 세상위에 우뚝 일어서라.
세상을 들고 세상위에 우뚝 일어서라. 일어서라.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 한 구석이 뭉클거리다가,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엔딩장면까지, 결국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울지 않을 이가 누가 있을까. 시험을 준비하던 아주 더운 여름, 어떤 이에게서 <킹콩을 들다>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그 이는 이 영화는 꼭 교사가 되길 꿈꾸는 사람들이 봐야한다고 했다. 그리고 다른 이는 그 때 한참 주가를 올리던 <국가대표>보다 더 감동적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다. 난 그저 역도 이야기인 줄만 알았다. 역도에서 금메달을 따기 위한 선수들의 노력과 결실에 대한 이야기, 그 뿐일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응, 맞아, 교사가 되길 원하는 사람들이 꼭 봐야한다고 말했던 그 사람의 말이 맞아. 이 영화는 역도 선수들의 이야기가 아닌,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다. 점심시간, 빈 우유통을 뒤져 친구들이 먹지 않은 남은 우유로 끼니를 해결하는 영자를 위해, 역도부에 취사시설을 만들어주고, 할머니가 돌아가셔 오갈데 없는 영자를 위해, 학교에 합숙시설을 만들어주는, 언제나 학생들 편에 서서 학생들을 격려해주고 진심으로 아껴주고 자신의 모든 걸 다해 지켜주는, 그런 선생님의 모습이다.
가끔 나는, 내가 되고자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상상해보며, 내 학창시절의 선생님 한 분 한 분 기억해내어 본다. 난 초등학교 1학년 때 선생님과 5학년 때 선생님, 그리고 중학교 1학년 때 선생님과 고등학교 1학년 때 선생님이 자주 기억에 떠오른다. (호명되지 못한 선생님들 서운해 하시지 마셔요. 물론, 뷁인 선생님들도 몇 계셨지만요.) 이 분들의 공통점은 나에게 관심을 기울여 주셨다는 것, 그리고 우리에게 허물이 없으시고, 참 따뜻한 분이셨다는 것. 난 이 분들에게서 어떤 과목을 배웠는지, 무슨 내용들을 배웠는지는 잘, 어쩌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에게 어떤 말을 해 주셨는지, 어떤 이야기를 해 주셨는지, 어떤 표정을 지어주셨는지는 아직도 생생하다. 난 초등학교 1학년 중간에 전학을 갔다. 그리고 반 년뒤 다시 그 학교로 전학을 왔다. 그리고 길을 지나가고 있었을 때 였는데, 어떤 낯익은 분이 내 이름을 부르며 아주 반가워하셨다. 그리고는 나를 근처 슈퍼마켓으로 데리고 가서 과자를 사주셨다. 나는 낯이 많이 익었기 때문에, 그리고 나를 아주 반가워하셨기 때문에, 나도 '안녕하세요'하며 슈퍼마켓으로 졸졸 좇아들어가 과자를 집어냈다. 그 분은 그 과자와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을 남기신 채 떠나셨고, 나는 그 자리에 서서 그 분이 누구인지를 한참을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날 밤, 나는, 전학을 가기 전, 가서도 공부 열심히 하라며 연필깎이를 선물해 주셨던 나의 1학년 담임선생님의 얼굴도 못 알아본 나를 한심스럽게 생각하며, 선생님을 그리워한 채로 잠이 들었다.
영화 속 이지봉 선생님처럼, 그리고 나를 이렇게 잘 키워주신 선생님들처럼, 나도 다음에 아이들에게 그런 선생님이 되어 주어야지 생각하고 다짐한다. 너희들 편에 서서 힘이 되어주고 위로가 되어주고 도움이 되어주는 그런 선생님, 너희들 잘 되라고 항상 기도하는 그런, 좋은 선생님이 되어줄게. 그나저나, 우리 언제 만나?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