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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줄리 앤 줄리아



   제목  줄리 앤 줄리아
   감독  노라 애프론
   출연  메릴 스트립, 에이미 아담스


   정말 좋아하게 될 영화 한 편을 보게 되었다. 나는 영화가 좋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영화가 좋다. 내가 좋아하게 될 영화를 만나게 되는 기쁨도 크고, 그 영화를 시간을 두고 반복해서 보는 것은 더욱 좋다. 어느 날 갑자기 어떤 영화가 보고 싶은 날이 있다. 예를 들면, 나는, 오늘 같이 추운 날 <봄날은 간다>가 보고 싶어진다. <봄날은 간다>의 시작이 겨울이기 때문일까. 소리 녹음을 위해 상우와 은수가 처음 만나서 가게된 어느 산골의 새벽 눈소리가 떠오른다. 나는 어젯 밤, <줄리 앤 줄리아>를 보았다. 그리고 잠든 꿈 속에서는 나의 입 속은 달달해졌다. 이 영화는 요리에 대한 영화이다. 나는 요리에 별로 취미가 없다. 그 이유는 나는 미각이 둔하기 때문이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미맹으로 통한다. 한 번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세상을 동경하기는 힘든 것처럼, 나는 내가 맛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궁금증이 없다. 내가 정말 미맹이라면, 나는 어짜피 평생, 남들이 다 맛보는 그 맛을 맛보지 못할테니까. 일찌감치, 포기하는게 옳을 것이다. 그래도 가끔은, 궁금해오고, 답답해 올 때가 있다. 과연, 어떤 맛일까. 어떤 미묘한 맛의 차이가 있을 것일까. 특히나, 오늘은 더 했다.

   2002년, <줄리>는 중급공무원이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삶 속에서의 스트레스를 요리로 푼다. 집에 돌아와, 그녀를 매우 사랑해주는 남편에게 오늘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을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으며 손으로는 요리를 한다. 그렇게 만든 요리를 먹으며 둘은 계속 이야기를 나눈다. 요리는 아주 맛이 있다. 남편이 너무나 맛있게 먹으며, 맛있다라는 말은 계속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줄리는, 요리가 취미이기도 하며 특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줄리는 예전에, 작가가 될 뻔 했었다. 출판사가 책을 내어주지 않는다고 하여, 책을 반 만 쓰고 포기한, 작가가 될 뻔한 사람이다. 요리를 잘하고, 한 때 작가가 될 뻔 한 줄리에게 남편은 블로그 만들기를 권한다. 그래서 줄리는 클릭 한 번으로 publish될 수 있는 블로그에 어떤 요리에 대한 글을 올리기 시작한다. 그 어떤 요리란, <줄리아>의 요리였다. 2002년, 줄리아의 나이는 거의 90세가 된 할머니. 줄리아도 젊은 시절 공무원이었고, 공무원을 그만두고 외교관인 남편을 따라 미국에서 프랑스로 이사를 온다. 그리고 자신이 너무나 좋아하는 요리를 배운다. 남편, 폴. 그의 이야기도 빼 놓을 수 없다. 왜냐하면 폴은 줄리아를 너무나도 사랑하고, 그녀의 요리에 대한 집념을 끊임없이 격려해주고 지원해준다. 줄리아는 프랑스 요리에 대한 책을 출판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며, 결국, 그 책을 발간하게 된다. 줄리는 줄리아의 그 요리책의 모든 요리를 만들며 그 과정과 자신의 이야기를 함께 <줄리 앤 줄리아>라는 이름으로 블로그에 올리게 된다. 요리가 많아질수록 블로그는 소위 대박이 나게 되고, 타임지에 줄리와 블로그에 대한 기사가 실리고, 그 기사가 실린 날, 줄리의 이야기를 책으로 발간하자며 아주 많은 출판사에서 제의가 들어오게 되어, 줄리와 그의 남편은 매우 기뻐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다. 영화 속, 줄리와 줄리아는 공통점이 많다. 이름도 비슷하지만, 공무원이었다는 점, 요리를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점, 그녀들을 매우 사랑해주는 착한 남편이 있다는 점, 책을 만들고 싶어한다는 점, 등. 그렇지만, 또한 그녀는 다르다. 줄리아는 온화하고 긍정적인 성품을 가졌지만, 줄리는 떨어뜨려서 속이 터져버린 닭 때문에 부엌바닥에 드러누워 신경질을 낸다. 그렇게 줄리와 줄리아는 같은 듯, 다르게, 같은 시대에 살면서 다른 시대를 이야기한다. 

   이 영화를 보니, 요리가 하고 싶어졌다. 나는 요리에 취미가 없지만, 혹시나 특기는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안고. 물론, 미맹으로 낙인되어져 버린 나는, 어쩌면 미묘한 맛의 차이를 알지 못하여, 어딘가 모르게 2퍼센트 부족한 요리를 평생 만들게 될 지도 모르지만, 이 영화를 보니, 내가 미맹인지 아닌지의 여부를 떠나, 요리가 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나도, 계란말이를 뒤집을 때 잘 뒤집지 못하는 것은, 용기가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해주던 줄리아의 따뜻한 요리 비디오가 있었으면 더 요리를 잘 할 수 있을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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