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시댁에 다녀왔다. 자주 가야하는데, 이런 저런 일로 자주 못가서 항상 죄송한 마음이다. 밤이 되어 집으로 돌아가려고 나오는데 아버님이 작은 봉투를 주셨다. 뭘 사주고 싶은데 뭘 사줘야 좋아할지 모르시겠다고, 예쁜 옷을 사입으라고 하셨다. 어머님 아버님은 날 많이 사랑해주시는데, 나는 항상 모자란 못난 며느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빠가 드라이브를 가자고 했다. 금요일, 여름 밤, 한산한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렸다. 박효신 노래를 아주 아주 크게 틀어놓고 창문을 활짝 연 채 고개를 내밀어 여름의 밤을 한참을 바라보며 달렸다. 김연수의 <청춘의 문장들>에서 읽었던 글이 생각났다.
하지만 무엇에도 나는 만족하지 못했다. 그런 밤이면 고향집 2층 지붕 위에 올라가 누워 있곤 했다. 처음에는 내가 아래에 있고 별들이 위에 있지만, 이윽고 시간이 흐르고 나면 그 위치가 바뀌어 내가 위에 있고 별들이 아래에 있게 된다. 그리고 나는 서서히 그 별들의 바다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어디서 왔는지, 또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별들만이 가득한 바다. 또 나는 어디서 와서 또 어디로 가는지, 그게 너무나 궁금해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나는 하늘을 보았다. 까만 하늘이 우주같아, 마음이 벅차올랐다. 여름 밤, 음악, 바람, 우주. 마음 한 켠에 좋은 추억이 되었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건강검진과 생크림 케이크 (0) | 2014.12.09 |
---|---|
지난 시간들 (0) | 2014.12.08 |
관심사 (0) | 2014.07.01 |
먹고 자는 두 사람, 함께 사는 두 사람 (0) | 2014.06.30 |
여름이 온다. (0) | 2014.0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