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선 과학관련 대회가 3개나 있었고, 수업도 많은데다 시험문제까지 내야했다. 정말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 야근에, 출장에, 교환된 수업까지 하려니 힘에 부쳤다. 지치고 힘든 몸을 음악을 들으며 달랬다. 버나드 박이 부른 <사랑하기 때문에>와 '좋아하는 노래' 폴더에 들어있는 피아노 소나타들을 볼륨을 최대로 해서 들었다. 음악을 들으면 힘이 솟았다.
이사한 곳은 오래되었지만 깨끗한 아파트다. 그런데 이사를 하고 보니 화장실에서 냄새가 났다. 오래된 건물이라 어쩔 수 없대서, 냄새를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느라 노력했다. 봉지에 물을 담아 묶어 물이 내려가는 곳에 놓아두었더니 냄새가 조금 가라앉았다길래 따라해 보다가, 냄새를 막아주는 장치가 있어서 샀다. 그걸 하수구에 설치하니 정말 냄새가 덜 났다. 향기 좋은 방향제도 주문했고, 양키 디퓨저는 거실에 놓아 두었다. 그 전 집보다 넓어져서 집이 더 깨끗해졌고 학교에는 차를 놔두고 걸어서 갈 수 있어졌다. 걷는 길이,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겠지만, 계절을 더욱 잘 느끼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고, 걷는 길에 교회에 들를 수 있다는 것이 좋아졌다. 조금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화분도 몇 개 더 샀다. 많이 자란 호야는 분갈이로 여러 화분에 나누어 담았더니 화분의 개수가 많아졌다. 낮엔 햇빛을, 밤엔 물을 잔뜩 먹고 있다. 에어컨도 샀다. 선풍기에, 포인트 10만점, 갖고 싶었던 블루투스 이어폰도 싸게 해줘서, 잘 샀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엔 더위에 너무 힘들었는데, 올 여름은 시원하게 보낼 수 있겠다.
영화 <스턱 인 러브>를 보았는데, 글을 쓰는, 글을 읽는 가족이 나온다. 시를 쓰고, 소설을 쓰고, 좋아하는 책 이야기를 하고, 소파에서, 침대에서 책을 읽는다. 그런 장면이 마음이 쏙 들어, 영화를 두 번이나 보았다. 5월 첫 주에는 집에 내려갔었는데, 엄마가 옷을 사줬다. 어버이날이라 내려갔는데, 어린이날 선물을 받았다. 엄마에게 난, 언제나 어린이다. 오늘 학교 선생님이, 불후의 명곡에서 김진호가 부른 <가족사진>이란 노래를 보내줬다. 그 선생님이 그랬듯, 나도 아빠가 생각나서, 항상 그렇듯 죄송하고 고마워서, 마음이 그랬다.
이렇게 훌쩍, 여름이 온다. 어김없이 푸르러가는 나무들을 보며, 마음도, 신앙도, 행동도, 쑥쑥 푸르러가는 삼십대를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진호, <가족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