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엔 1박 2일로 스키장에 다녀왔다. 오빠 회사에서 가족 단위로 가는 스포츠 클럽 행사였다. 그런 행사에 나간다는 것이 조금 부끄럽기도 했지만 이제 결혼도 했으니 그런 곳에 참석해주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오빠가 스키를 그렇게 타고 싶어했으니.
귤 한 봉지를 사서 L씨의 차를 타고 용평으로 향했다. 나는 L씨의 나이를 물었고, L씨는 자기가 몇 살 같으냐고 되물었고, 난 스물 여덟 같다고 대답을 했다. 여자친구가 있느냐고 물었고, L씨는 그렇다고, 간호사라고, 그런데 3교대라 많이 힘들어한다고 했다. 휴게소에서는 오빠와 오뎅을 나눠먹고, 다른 차를 타신 회사분들과 인사를 나눴다. 콘도에 도착해 짐을 부리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는데 한우와 삼겹살 모두 맛이 별로였다. 별로인 한우와 삼겹살을 앞에 두고 오빠와 회사분들은 대화를 시작했다. 회사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 이런 저런 이야기. 콘도로 돌아오는 길에 맥주를 사서 치킨을 시켜 먹었다. 밤늦게까지 그들의 이야기들은 계속 되었다.
아침 7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다들 8시가 되서야 일어났다. 후다닥 씻고 아침을 먹으러 갔다. 황태 해장국을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그렇게 든든히 배를 채우고 스키장으로 향했다. 날씨도 춥지 않은데 바람도 불지 않고 어젯 밤에는 눈까지 잔뜩 내려 스키를 타기엔 최상인 날이었다. 오빠와 나는 초급 코스에서 푹신푹신한 눈밭을 가르며 신나게 스키를 탔다. 점심으로는 돈가스를 먹고, 리프트에서는 초코바를 나눠먹기도 했다. 그렇게 오후까지 타고, 다섯 시쯤 차에 올랐는데 그 차에 계신 회사분과 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집으로 돌아왔다.
이번 여행의 핵심은 '이야기'다. 아니다, '이야기하는 모습'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오빠와 회사분들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그들을 보면서 나는 오빠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알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의 오빠에 대해. 아. 이렇게 지내고 있었구나. 아. 이렇게 애쓰고 있었구나. 아. 이렇게 감당해나가고 있었구나.
나는 글쎄, 사회 생활이란 단어는 힘들고 어렵게 느껴지는데, 나의 사회생활이란 그저 내 할일만 열심히 하고 아이들만 사랑으로 잘 돌보면 되는 그런. 물론 꽤나 스트레스도 받고, 분명 쉽거나 편한 일은 아닌데도, 그 사람의 사회 생활에 비하면, 그 사람의 일에 비하면.
이제 몇 주 뒤면 결혼한지 1년이 된다. 1년이 되면 이제 친구 같아지고, 가끔은 무시하게 될 때도 있어질 때다. 그런데 다시 그렇지가 않아졌다. 이제 계속 그렇지가 않아질 것 같다. 그가 살고 있는 내가 본 세상은 남자의 세계가 아니라, '아빠의 세계'였으니까. 그 세계 속에서 그렇게 지내고 있는, 그렇게 애쓰고 있는, 그렇지만 그 세계를 충분히 감당해내고 있는 그가 대견스러웠다. 자랑스러웠다. 고마웠다.
그곳에 가길 잘했다. 마침, 이렇게 결혼 1주년이 다가오는 이 때에. 더욱 많이 사랑하게 되었다.
2013.12.20-21
용평 스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