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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한강

 

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창비

 

 

  이 이야기는 1980년 5월 광주 속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 일을 지금까지 잊을 수 없어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어떤 목적도, 어떤 저항도 없었던 아이들. 그저 눈 앞의 광경이 믿기질 않아 서로 다독이며 힘을 내던 아이들. 이 아이들과 이들의 가족들은 많은 것을 잃은 채, 아무 것도 잊지 못한 채 지금 이 시절을 살고 있었다. 몇 번을,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가만히 숨을 골랐다. 그렁그렁해진 눈물을 떨어뜨리면 안될 것 같았다. 눈물을 꾹 참고, 생각해야했다. 정의로움에 대해서. 약한 자에 약하고, 강한 자에 강한, 그런 사람에 대해서. 

 

 

  어떤 기억은 아물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흐릿해지는게 아니라, 오히려 그 기억만 남기고 다른 모든 것이 서서히 마모됩니다. 색 전구가 하나씩 나가듯 세계가 어두워집니다. 나 역시 안전한 사람이 아니란 걸 알고 있습니다. ... 잊지 않고 있습니다. 내가 날마다 만나는 모든 이들이 인간이란 것을. 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선생도 인간입니다. 그리고 나 역시 인간입니다. ... 나는 싸우고 있습니다. 날마낟 혼자서 싸웁니다. 살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 있다는 치욕과 싸웁니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웁니다. 오직 죽음만이 그 사실로부터 앞당겨 벗어날 유일한 길이란 생각과 싸웁니다. 선생은, 나와 같은 인간인 선생은 어떤 대답을 나에게 해줄 수 있습니까? p.135

 

 

  여덟살 묵었을 때 네가 그랬는디. 난 여름은 싫지만 여름밤은 좋아. 암것도 아닌 그 말이 듣기 좋아서 나는 네가 시인이 될라는가, 속으로 생각했는디. 여름밤 마당 평상에서 느이 아부지하고 삼현제하고 같이 수박을 먹을 적에. 입가에 묻은 끈끈하고 다디단 수박 물을 네가 혀로 더듬어 햝을 적에. p.191

 

 

   나라도, 사람들도, 아픈 이 시절이 지나간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기도하는 것과 정의로운 어른이 되기 위해 나 자신과 싸우는 일이라 생각했다. 참 어려운 일이지만 꼭 해야하는 일이라고, 마음을 다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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