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썩소

yodasol 2009. 11. 13. 23:12
  며칠 동안 웃지를 않았다. 그것을 방금 알게 되었다. 그리고 웃으려고 해 보았다. 움직이지 않았던 부위를 사용했을 때의 그 느낌. 그 느낌이 온 얼굴에 번져왔다. 계속 웃었다. 억지로 그냥 웃었다. 불안감 때문이었다. 이렇게 웃지 않고 좀 더 있다가는 이대로 얼굴이 굳어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얼굴이 굳기 전에 빨리 웃어야지. 그렇게 나는 썩소를 날리고 있다.  

  밖에는 비가 온다. 우리 집에는 베란다가 없다. 창문을 열면 난간 하나를 제외하고는 낭떠러지다. 그 난간이 내 눈앞에 보이는데, 난간 밑에 송글송글 빗방울이 맺혀있다. 맺혀있는 빗방울을 손가락으로 한 번 쑥 훑어버리고 싶은 마음이다. 그럼 도르르르 맺힌 방울들이 시원하게 떨어져버리겠지. 저 18층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너희는 좋겠다. 그러한 자유로움을 맛 볼 수 있으니. 아차! 난, 죽을 생각은 없다. 오해마시길.

  
갑자기 배가 고파온다. 정말 그런것일까? 마음이 허전하면 배가 더 자주, 더 많이, 고프다던데 정말 그런건가? 요즘 들어 시도 때도 없이 배가 고파오고, 시도 때도 없이 먹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내가 살이 찌려는 징조일까, 아님, 진짜 내 마음이 허전한 것일까. 아무튼, 뭐 좀 먹어야겠다.

   
어떤 학원에서 전화가 왔다. 면접을 보고 싶단다. 자기네 강의 시간이며, 페이며,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다. 그 시각 나는 네, 네, 를 연발하고 있었으나, 내 머릿속은 이걸 해야될까, 아님, 좀 더 편한 자리가 있지는 않을까, 이걸 하게 되면 계속 하는게 좋은 걸까, 아님 조금만 하고 그만 두어야 할까, 생각만 조금 바꾸면 마음 편히 먹고 살 수 있구나, 그러면 해야 할까, 하게 되면 난 어떤 생활을 하게 될까, 등등의 수 천가지의 생각들이 지나갔다. 네, 생각해보고 연락드릴께요.하고 끊었지만, 난 솔직히 그 쪽에서 뭐라고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순간, 이것이 나이 탓으로 인한 기억력 감퇴일까라는 생각이 드는데. 아무튼, 나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생각해 본다고는 했지만, 어제 전화를 끊은 이후로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단지, 연락을 해 주기로 했으니, 해야되는데, 라는 생각만. 뭐, 어떻게든 되겠지.

   
다시 웃어야겠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하며 잠깐 웃었지만, 또 글쓰기에 정신이 팔리다보니, 웃는 걸 깜빡했다. 뭐 좀 먹으면서 계속 웃어봐야겠다. 그 모습이 좀 웃길 것 같긴 하지만, 뭐 어때. 남은건 깡 뿐이다.

   비도 오고, 좋다. 아직 비가 좋은 걸 보니, 심리 상태는 괜찮은 것 같다. 
   
긍정적인 생각하기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