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마지막 12월

yodasol 2009. 12. 3. 01:16
   2009년 12월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곧 2009년이 질테고, 나의 20대도 저물어가겠지. 아직도 철부지 어린 아이와 같은 나는, 나에게는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았던 서른이 된다.

  서른. 어릴 적에 서른이란 나이는 아주 어른 같아 보였다. 서른이 되면 나는 직장을 가지고 있을테고, 결혼도 했을테고, 어쩌면 아이도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서른이란 나이는, 아주 어른이 되어버려서, 어린 시절에만 가질 수 있는 희망이나 행복들은, 책임감이라는 것에 묻혀 조금은 어쩌면 많이, 퇴색되어 버려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뭔가 이루어 낸 나이일 테지만, 그 이루어 낸 만큼의 댓가도 치루었을, 댓가를 치룬다는 말, 서른이란 나이의 쓸쓸함도 묻어있었겠지. 

  그런데 서른을 맞이하는 여기 서서, 나는, 예전 그 생각처럼은 아닌 것 같다. 나는 아직 꿈도 있고 희망도 있다. 하고 싶은 일도 있고, 하고 싶은 것도 있다. 이제야, 사는 것이 무엇인가를, 살아가는 재미와 행복이 무엇인가를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다. 나는 아직 번듯한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결혼도 하지 않았고, 아이는 더더욱 없지만, 그래서 책임감이 없을지도 모르고, 책임감이 가져다 주는 무거움과 쓸쓸함을 아직은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번듯한 직장은 아니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가지고 있고, 함께 이야기하고 삶을 나눌 수 있는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과 친구들이 있고, 책임감은 없어도 이 다음에 책임감이 가져다 줄지도 모를 무거움을, 결코 무겁게 느끼며 살지 않을 삶의 지혜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감사하고 싶은 일은, 이 모든 것들이, 저물어가는 20대가, 나, 서른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것이다.

  나에게 2009년 12월은, 지금까지 함께 해 온 20대와 이별해야 하는 시간일테니, 어쩌면 조금은 슬플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10년 동안 함께 해 왔기에 느끼는 아쉬움, 그 뿐이다. 아쉽지만, 감사하며, 이제 나와 함께 할 30대를 맞이해야지. 2009년과 2010년의 중턱에 서서, 20대와 30대의 중턱에 서서, 너 서른과 함께, 이 설레이는 시간들은 시작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