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뜨개질과 봄 소식

yodasol 2014. 3. 24. 15:19

  3월은 아주 바쁘다. 새 학기의 시작이며, 이번 해에는 우리 학교에서 수업이 내가 제일 많다. 몇 주를 지내며, 학교에서 교무실 자리에 앉아 있는 시간이 적음을 깨달았다. 어쩔 수 없이 해야할 일들을 하기 위해 야근을 한다. 야근을 하면 심장병의 확률이 높다는데, 야근을 하는 만큼, 주말엔 좀 걸어야겠다. 바쁜 3월이었지만 나는 새로운 것을 하나 시작했다. 뜨개질. 시작은 선물이었다. 사람들에게 마음만 먹으면 예쁜 소품을 선물해주기 위해 배우기로 작정한 것. 얼마나 예쁘고 근사할지는 모르겠지만,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뜨개질을 시작했는데, 너무나 재밌어서 틈이 날 때마다 바늘과 실을 잡았다. 하루를 마감하는 침대에 누워서도 뜨개질을 하다 잠이 들었다. 일주일에 고작 한 번 강좌를 들으러 가는데, 그래서 나는 화요일이 기다려진다. 오늘은 월요일이지만, 내일이 화요일이라 즐겁다. 월요일과 화요일이 즐거워지다니, 기적이다!

 

  지난 주말엔 한의원에 갔다가 어머님 댁에 잠시 들렀다. 돌아오는 길에 연애할 때 갔었던 돈까스 집이 생각나 병점으로 갔다. 역시나! 정말 맛있었다! 돈까스 집을 나와 잠깐 걸었는데, 우리가 연애하던 시절이 생각나서 서로 조금씩 설레여했다. 봄이 와서 그런 걸까, 가슴도 더 콩닥거렸다. 요즘은 절약 차원에서 소설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데, 손보미 소설 <그들에게 린디합을>을 예약해뒀다가 빌렸다. 봄이니까. 봄은 또, 소설이 제격이니까. 이번 주는 내내 '완연한 봄 날씨'랬다. 엄마와 아빠는 지금 순천 낙안읍성에 있다고 한다. 이렇게 좋은 이른 봄날, 걷고 있다니, 얼마나 좋을까. 머리를 짧게 깎은 아빠에게서 사진과 함께 이런 문자가 왔다.

 

 

  아빠짧은머리

  고등학생이야

  좋은기분이야

  그렇게살고파

  헌규놈좋은놈

  아빠가엄마가

 

 

  헌규는 우리 오빠 이름이고, 아빠의 이런 삶의 철학이 좋다. 아빠는 나에게 삶의 멘토이자 버팀목이다. 아빠는 정말, 정말 멋있는 사람이다. 갑자기 부모님이 보고싶다. 집에 내려가려면 아직 한 달이 넘게 남았는데. 남쪽 나라는 여기보다 더 따스할텐데.

 

 

  

 

늦겨울에 읽은 책은, 여름이었다.

 

 

 

 

왕돈까스. 정말 맛있다. 크기는 큰데 왜 양은 적게 느껴질까.

 

 

교회에서 돌아오는 길, 서울에는 벌써 개나리가 피었더라.

 

 

 

 

엄마가 보내준 남쪽 나라의 봄 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