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아바타 (Avatar, 2009)
감독 제임스 카메룬
출연 샘 워싱턴, 조 샐다나, 시고니 위버
그 유명한 <아바타>를 봤다. 보지 않으면 마치 큰 일이라도 날 것 같은 당신들 때문에, 팔랑귀인 나는 아바타를 봤다. H군은 아바타를 보고 온 이후로 자꾸만 그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댔다. 그의 이야기에 '정말'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많이 들어갔는지 아마 짐작도 못할 것이다. 그는 정말 재밌다고, 정말 잘 만들었다고, 정말 대단하다고 계속, 또 계속, 이야기를 했다. 나는 혹, 그가 아바타 알바생이 아닐까 잠시 의심했다. 아무튼,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던 H군의 말을 덥석 문 나는, 아바타를, 그것도 3D로, 공짜로, 볼 수 있었다. 3D로 볼 수 있는 곳은 용산과 일산 뿐이라는데, 용산은 이미 예약이 만료되었고 일산도 오늘에서야, 그것도 아침 8시 영화만 남았을만큼 예약이 꽉 차 있었다. 아주 아주 추운 날, 3시간만 자고 일어나, 어두컴컴한 새벽 공기를 가르면서 나는 아바타를 보러 갔다.
아바타를 지금까지 볼려고도 하지 않은 이유는, 사람들이 너무나 떠들어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떠들어대는 순간, 나는, 흥미를 상실하고 만다. 좋은 영화더라, 라는 입소문이 아니라, 국내에서 개봉한 외국영화 중에서 천 만명을 넘는 영화는 처음이라며 매스컴에서 매일 매일 떠들어대니까, 그냥 좀 시시해졌다. 그리고 단순히 볼 거리만 잔뜩 늘어놓은 것 같아 보여서 좀 별로라고 생각했다. 그랬던 내가 보기로 마음을 바꾼 이유는, 내용이 괜찮다는 말 때문에.
내용, 괜찮았다. 우리에게 환경 보호에 대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그들은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있고 자연과 소통한다. 우리는 그들에게 자원을 요구하지만, 그들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영화 속 인간은 자연을 파괴하고 착취하는, 욕심이 가득한 모습이더라. 그에 반해 쓰러진 생명나무를 보며 오열하는 나비족은 인간의 욕심에 피 흘리지만 자신의 터전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하는, 그야말로 약하지만 강했다.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던 그들은, 그 자연들과 함께, 자신의 삶을 지켜낸다.
영상도 괜찮았다. 제임스 카메룬 감독, 대단해. 특히, 판도라라는 행성의 모습을 어떻게 그렇게 그려낼 수 있지? 창의력에 박수를 보낸다. 대신 3D는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내가 촌스러워서 그런지 몰라도, 뭔가 어두침침한 것 같기도 하고, 흐릿하기도 한 것이, 그리 3차원적인 것 같은 느낌도 없었고, 와우!할 정도로 신기한 것도 없었다. 오히려 깨끗하고 큰 화면이었더라면 너무 너무 감동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뭐, 나도 3D를 체험 해보고 싶었으니까, 그걸로 만족한다.
내용도, 영상도 괜찮았지만, 난 3D스타일이 아니라는거. 이젠 정말 '자연보호'라는 팻말의 단어를 되새기며 실천하며 살아야겠다는 것. 3시간만 자고 일어나 조조로 3시간짜리 영화를 본다는 건, 영화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며 나도 오늘부로 아바타를 본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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