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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서울행

  오늘 밤은 잠이 오질 않는다. 아니, 잠을 청하기가 싫다. 왜냐하면 자고 나면 내일이 되기 때문이다. 내일이 되면 나는 서울로 가야하기 때문이다. 서울로 가기 위해서는 엄마아빠, 그리고 막내동생과도 안녕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무살 이후로 이토록 오랫동안 집에 있어 본 기억이 없다. 4개월이다. 4개월 동안 난 이 곳, 나의 부모님이 계시는, 나의 집에서 살았다. 좁은 이 곳에서 때론 답답하기도, 부모님과 부딪히는 일도, 9살차이나 나는 막내와 다투는 일도 있었지만, 그런 것들은, 지금 목젖너머까지 차오른 이 눈물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이 곳엔 가족이 있다. 가족이 있다는 의미는 기댈 곳이 있다는 것과, 나를 아무런 조건없이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과, 내가 아플 때 나를 곁에서 하루종일 보살펴 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은 모든 것이 다 있는 곳 같지만, 대신 그 조건으로 나를 가끔 외로움으로 치닫게 만든다. 나를 가끔, 아무 이유없이 울게도 만들고, 나를 가끔, 아무 이유없이 창원행 고속버스를 예약하는 인터넷 사이트의 버스시간을 뒤적거리게 만든다. 그러다가 나는 또 정신을 차리고 눈물을 닦고, 컴퓨터를 끄고, 열심히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언제 그랬냐는듯 하하호호 잘도 웃어대며, 쿨쿨 잠도 잘자고, 맛있는 곳을 잘도 찾아다니며 잘 먹고 잘 산다. 그렇다. 서울에서의 삶이 외로워 죽을 것 같다는 뜻이 아니다. 서울은 나에게 꿈을 향해 달려갈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주고, 친구들도 많이 살고 있으며, 그 친구들과의 추억도 만남도 즐겁고, 행복하다. 다 좋다. 서울은 이젠 내가 사는 곳이며, 내가 살아야 할 곳인지도 모른다. 다만, 지금은, 집을 떠나고 싶지 않다는 것 뿐이다. 집을 떠나는 것이 슬프다는 것이다. 가족과 안녕하는 것을 하기 싫다는 말이다. 울고 싶지 않다는 것 뿐이다. 버스에 오른 뒤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언제 그랬냐는듯 마음을 다 잡고 열심히 살아보고자 다짐을 거듭하고 있겠지만, 지금은, 오늘 밤은, 내일이 오는 것이 싫다. 

2009/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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