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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렌즈의 행방

  렌즈가 찢어져 반쪽의 행방이 묘연한 일로 인해, 그날의 나의 잘못을 알게 되었다. 요즘 애들이란 생각이 머릿 속을 온통 뒤덮고 있는 매일이었다. 한심한 마음이 짜증으로 바뀌고 있었는데, 그 날은 특히 짜증이 극에 달해 있었던 것 같다, 월요일이기도 했으니까. 미워하지 말아야지 생각하면서도 도저히 안 미워하고는 버틸 수가 없어서 그만. 그 날 오후 렌즈가 찢어졌고, 찢어진 반은 밖으로 뺐는데, 나머지 반은 보이질 않았다. 눈 뒤 어딘가로 넘어간 것 같았다. 퍼득 든 생각은 아이들을 미워했기 때문에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생각. 병원에 가려했지만 수업 시간이 다 되어 그러진 못하고 7교시 수업에 들어갔다. 회개기도를 하면서도 솔직히 '정말이요? 이것 때문예요?'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너무나도 떠드니까. 그런 아이들을 내가 어떻게 사랑으로. 버거운 일이었다. 그렇지만 미워한 건 사실이니까, 회개했다. 조금 있다가 없어졌던 렌즈가 나왔다. 신기한 것은, 렌즈를 빼고 나서 마음이 홀가분해졌을 때 아이들이 다시 예뻐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럴 수도 있지. 공부 안할 수도 있지. 떠들수도 있지. 아이들이니까. 그런 아이들을 사랑으로 말해주지 못한 내가, 사랑으로 대해주지 못한 내가 무능력해보였다. 그렇게 월요일의 하루가 저물었다.

 

  요즘 아이들을 사랑으로 감싸 안아주기엔, 사랑으로 무한히 이해해주기엔, 아직 나의 내공으로는 너무나도 힘든 일이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원하시고 그것이 내가 감당해야하는 사명이라면 나는 그렇게 할 수 밖에. 가끔 답답해오는 이 마음 -아마도 스트레스-을 깨끗이 날려버릴 성령과 지혜가 필요하다.

 

 

 

 

 

와니와 준하의 한 장면.

훌훌 털어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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