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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그래도 살아간다.

 



   <그래도 살아간다>를 봤다. 한 동안, 아니
아직도, 나는 그 속에 있다. P군은 그런 종류의 섬뜩하거나 우울할 수 있는 이야기는 싫어한다고 했다. 그런 종류의 이야기를 보면 너무 감정이입이 되어 자꾸 생각나서 자신도 우울해진다고. 하지만, 이 이야기는 우울한 이야기가 아니다. 저릿하고 슬프지만, 그 속에 희망이 있고, 그래서 지금을 살아가는 나에게, 미래를 살아갈 나에게, 힘이 되어주었다. 

  중학생인 한 남학생이 7살 짜리 여자아이를 살해한다. 그리고 15년 후, 남학생의 여동생이었던 후타바와 여자아이의 오빠인 히로키가 우연히 만난다. 15년이나 지났지만, 그들은 둘 다, 괜찮아지지 않았다. 가해자의 가족은 미안한 마음때문에, 피해자의 가족은 억울하고 미워하는 마음때문에, 그들은 살아가고는 있지만 여전히 그 때 그 자리다. 그들이 만나 서로에 대해 알게 되고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게 되면서 이제 남자와 여자는, 상대방이 아프지 않을 수 있는 생각을 한다. 다가가면 서로에게 찔릴까 머뭇거리지만, 조금씩 용기를 낸다.

  나는 이 장면과 대사가 좋았다. 남자와 여자는 마주보고 앉는다. 그리고 남자는 여자에게 자신이 생각한 '내일'에 대해 이야기 한다. 당신과 함께하는 내일에 대해. 여자는 그 내일을 자신도 꿈꿨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좋다고 한다. 하지만 여자는, 오늘이 당신을 보는 마지막이라고 한다. 자신은 가해자의 여동생이라서, 그 죄 값을 치뤄야한다고 한다. 그런 말을 하는 여자에게 남자는 말한다. 그러지 말라고, 다 짊어지려 하지 말라고. 언젠가는, 다 잊혀질 수 있는 일이라고. 여자는 남자에게, 당신의 동생이 살해당한 일도 잊혀질 수 있는 일이냐고 묻는다. 남자는, 한참을 생각하고는 이렇게 대답한다. 잊혀질지도 몰라요. 나는 이 장면에서 항상 눈물이 난다. 그런 남자에게 여자는 잊혀지지 않을거라고, 절대로 잊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자신의 '내일'은 오빠의 죄에 대한 죄값을 치루는 것이라고 말한다.

  서로는 그렇게 자신의 내일을 산다. 아픔을 간직한채로. 그래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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